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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심리학 관련 글이 있어서 소개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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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당신은 얼마나 합리적인가?(2)-세 가지의 마음  http://garden.egloos.com/10001350/post/225085

 

("당신은 얼마나 합리적인가" 시리즈는 K. E. Stanovich의 <<What intelligence tests miss?>>라는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요약 인용한 것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흔히 똑똑한 사람들이 누가 보기에도 상당히 멍청한 짓들을 하는 것을 자주 관찰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능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인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는 이 주제만으로 <<왜 똑똑한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할까 (Why smart people can be so stupid?)>>라는 책을 쓸 정도입니다. (주 : 찾아보니 번역본이 위와 같은 제목으로 출판되어 있더군요) 역사적으로도 이러한 사례는 대단히 흔합니다. 여기서 멍청하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합리적이라는 말 자체도 대단히 많은 뜻을 함축할 수 있지만, 일단 상식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합시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책에서 Stanovich가 드는 예에서도 대단히 똑똑한 사람들이 멍청한 짓을 하는 예를 많이 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는 John Allen Paulos라는 한 수학 교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학 교수들 머리 좋은건 잘 아시죠?) 그런데 이 사람은 스스로도 고백했지만, 주식 투자를 통해 엄청난 돈을 잃었습니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손실이 단순한 시세차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 교수가 명백히 하락장이 계속될 것을 아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여러 가지 증거가 있었다고 합니다) 주식을 손에 쥐고 있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주식은 $30에서 약 $2까지 떨어졌고, 그제서야 이 불행한 교수는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결국 주식폭락 사태는 회사의 회계부정 폭로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Paulos 교수의 행동은 명백히 불합리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지적 능력에 큰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합리적 행동 및 의사결정 능력을 결여한 것으로 보이는 증상을 Stanovich는 "dysrationalia"라 부릅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어쩌면 이런 애들도 예외는 아닐지도)


Stanovich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능검사가 측정한 것은 합리적 사고능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널리 쓰이는 지능검사인 웩슬러 지능검사가 주로 측정하는 것은 지적 능력들 가운데 대체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다양성(편차)를 보이는 능력들이라고 합니다. 즉 지적 능력 전반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Stanovich는 이러한 지능검사가 측정하는 지적 능력을 MAMBIT(Mental abilities measured by intelligence test)이라 부릅니다. 문제는 이 MAMBIT을 가지고 한 사람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측정하는 것은 거의 어렵다는 것입니다. 위 예들에서 보다시피, IQ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낮은 점수를 기록한 사람들이라도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아주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요?

최근 인기있는 dual-processing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에는 크게 두 개의 경로가 있습니다. 유형 1 경로와 유형 2 경로가 바로 그것인데요, 쉽게 말해 유형 1 경로는 즉각적, 직관적, 정서적인 성향이 강하고, 유형 2 경로는 합리적, 계산적, 이성적 성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전통적 지능검사는 유형 2 경로의 능력을 주로 알아보는 성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이미지는 Stanovich의 책에서 직접 따온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적인 dual-processing 이론은 '능력'의 측면만을 강조하고, '성향'의 측면을 잘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머리가 아무리 좋으면 뭐합니까, 써야죠. 지난 포스팅에서 보았듯 사람들이 연필/노트 문제를 잘 풀지 못한 것은 이 사람들이 일차방정식 문제를 못 풀어서도 아니고, 덧셈/뺄셈을 못 해서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냥 이 사람들이 그런 간단한 것조차 하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Stanovich는 바로 이런 능력을 사용하려는 '의지'나 '성향'과 관련된 새로운 하나의 '마음'을 제안하면서 이것을 'reflective mind'라 부릅니다. 이것이 추가된, 마음의 새로운 모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훨씬 더 깔끔하죠?)


여기서 Autonomous mind는 전통적 이론의 Type 1 processing에 대응되고, Algorithmic mind는 Type 2 processing에 대응됩니다. 새로 추가된 것은 Reflective mind입니다. 위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이것은 합리적 사고를 실제로 하려는 성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능력을 갖고 있을 때 실제로 쓰려는 성향인 것입니다. 이에 반해 Algorithmic mind는 이러한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능력' 그 자체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 '능력'과 '성향', 두 가지 모두를 갖추고 있을 때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Stanovich는 지능검사가 Reflective mind도 측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럴듯하지 않나요?)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IQ검사와, 사고성향 측정 결과(열린 사고, 인지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 호기심, 근면 등)사이에는 상관이 낮거나, 심지어 전혀 없다고 합니다. 머리가 좋다고 해서 그것을 반드시 잘 쓰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떠오르는 대사.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요"......

(먼산)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머리가 좋은 것과,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려 하는 성향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것을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다시 말해 꼭 필요한 때에만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을 진화시켜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지난 포스팅 문제를 못 풀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문제는 다시 '그러면 어떻게 머리를 쓰도록 할 것인가?' 로 돌아갑니다. 아쉽게도 지금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결방법은 없습니다. (알고 있으면 당연히 쓰겠죠?) 많은 인지심리학자들의 목표는 어떻게 사람들을 좀 더 합리적으로 사고하도록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그런 노력 자체가 결국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로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서도요. 점점 더 많은 합리성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노력은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기울일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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